[새로 나온 책] 경기예술지원 문학창작 지원 선정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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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문화재단은 도내 예술인들과 예술단체들이 지속적으로 안정적인 창작활동에 매진할 수 있도록 ‘경기예술지원’ 사업을 운영하고 있다.
경기예술지원사업의 기초예술 문학창작 부문은 도내 등단 문인들에게 창작지원금을 지원하고, 창작된 작품들의 출간을 돕는다.
지난 해 경기문화재단은 경기예술지원사업의 문학 부문에 총 19명의 작가를 선정해 창작지원금을 지원했으며, 그 결과물이 2024년 연말 최근 9권의 책으로 출간됐다. 이중 2권의 책을 살펴본다.

컵케이크 무장 혁명사
박지영 / 교유서가 / 256쪽
"그때 내가 원한 건 아주 착한 소설을 쓰는 것이었다. 그냥 대놓고 착한 이야기, 착한 사람들이 나오는 착한 이야기. 그러나 늘 그렇듯 그 바람은 실패하고 마는데, 나는 그때나 지금이나 착하다는 게 무언지 잘 모르거나 줄곧 오해하고 있고, 아마도 그래서 계속 착하거나 다정한 사람들과 구원에 대한 착하고 다정한 이야기를, 실패하는 방식으로 계속 써나가고 싶은 건지도 모르겠다." - 작가의 말 중에서
2010년 조선일보 신춘문예를 통해 작품 활동을 시작한 저자는 세 번째 장편소설 ‘컵케이크 무장 혁명사’를 통해 자신의 판타지적 감각을 마음껏 선보인다.
이번 작품에서는 ‘선’(善) 안에 깃든 인간의 욕망을 드러내며 ‘악’(惡)을 발굴해내는 이야기를 동화처럼 펼쳐냈다. 선행(善行)이 "한입에 먹을 수 있는 컵케이크처럼 달콤하고 아름다운 실천"이라는 작가의 상상력은 ‘선’에 대한 찬사보다 더 자극적인, ‘악’을 향한 비난에 형형색색의 스프링클을 뿌려주는 환상을 전한다.
작품은 아름다운 세상을 만들기 위해 모인 사람들의 이야기를 그린다. 아름다운 세상을 만들기 위한 각자의 방식은 다르지만 ‘굿보이 프로젝트’를 함께 기획한다. 선행을 촬영해 올리면 그 보상으로 직접 만든 컵케이크를 선물하는 일종의 몰래카메라 같은 이 프로젝트는 세간의 화제가 되고, 주인공들은 ‘선하고 아름다운 나눔을 실천한다는 중독성 강한 착한 컵케이크’라는 포르노에 중독돼 간다.
시간이 지날수록 사람들은 ‘선’에 대한 찬사 대신 ‘악’을 처단하면서 오는 카타르시스에 열광한다. 그러자 주인공들은 ‘아름다움’을 위해 ‘악’을 유도하고, 나아가 개인적으로 ‘악의 처단’을 주문받아 해결해 주기까지 하게 되며 점차 의도와 어긋나게 된 프로젝트로 인해 주인공들은 뿔뿔이 흩어지게 된다.
선우은실 문학평론가는 "소설이 ‘위선’을 다룬다고 이야기했지만, 사실 이 소설은 ‘위악’에 대한 것"이라고 말한다. 사람들에게는 타인에게 찬사를 보내는 것보다 타인의 악행에 증오를 표출하며 얻는 카타르시스와 ‘내가 걸리지 않았다’는 안도감이 더 자극적이기 때문에 그곳으로 몰려가게 된다.
작가는 ‘천 개의 컵케이크’라는 동화같은 결말을 선사하며 독자들에게 ‘선’에 대한 갈망을 느끼게 하고, 그 갈망들이 모여 사회가 새로운 ‘혁명’을 맞이하기를 바라고 있다.

지구의 간섭을 기록하네요
권승섭, 진순분 외 9인 / 교유서가 / 136쪽
경기도의 시인 11명의 시를 묶은 앤솔러지(합본) 시집이다. ‘지구의 간섭을 기록’하는 것처럼 열한 명의 시인들은 세상의 이곳저곳에 편재된 단어들을 모아 새로운 세계를 만들어 냈다.
시간에 마모되며 어쩌면 영원히 사라질지도 모르는 순간이 그들의 기록으로 되살아 나며, 시인들이 만들어 낸 세계는 현실과 닮았으면서도 독창적인 모습을 보인다.
고유하면서도 저마다 다른 목소리들이 모여 경이로운 차이들의 시학을 자아내며, 아마도 아무도 없는 곳에서 빈 자리를 헤아리는 목소리들이 층층이 쌓여 선연한 다성악을 구성한다.
시집 해설을 쓴 고영직 문학평론가는 "우리는 내 안의 마음을 잘 알지 못할 뿐 아니라, 지금 여기에 살아가는 사람들의 마음생태학 또한 충분히 탐사하지 못했다"며 "마음생태학을 비롯해 사회생태학, 그리고 자연생태학을 탐사하려는 시들이 계속 쓰여야 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을 것이다"라고 말했다.
세상이 점점 다르게 바뀐다면 오히려 그 현실에는 세상 곳곳에 있는 사소하지만 소중한 것들을 헤아리는 시인이 필요하다.
무수한 가능성과 보살피는 마음이 만나는 곳에 시의 자리가 있다. 아무도 모르는 길로 가득한 세계에는 수많은 단어가 가득한 또 다른 마음의 날로 이어질 것이다.
임창희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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