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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문
“의연해야지
하지만
울고 있었다”
나는 오늘의 『투암기』를 기록해야 한다.
한 단어씩, 한 줄씩 천천히 작업을 이어나가야 한다.
이제 물을 마실 수 없고, 출발할 시간이다.
폴더를 닫고 문을 열어야겠다.
작가를 사랑한 독자와,
그를 기억하는 모든 이에게 보내는 작은 위로.
〔초판 1쇄 한정 양장본〕
운명의 시일이 다가온다는 것은, 요리와 빨래와 세차와 운전과 여행 같은 일상이 모조리 특별한 의미를 지니게 되고, 몸과 마음이 지속된다는 행운을 끝없이 상기해야만 하는 것일 테다.
_남궁인(응급의학과 교수)
그를 통해 삶이 죽음 앞에서도 삶일 수 있는 방법을 배웠다. 무엇보다도 여기에 기록된 문장들이 내게 그것을 가르쳐주었다.
_한지혜(소설가)
멋진 작가, 김학찬. 세심한 강의자였고, 깊은 눈을 가진 연구자였던 김학찬. 새치기할 줄도, 입에 발린 소리를 전혀 할 줄도 몰랐던 올곧은 김학찬. 끝까지 다정하기가 이루 말할 수 없던 누군가의 남편 김학찬. 그리고 누구보다도 좋은 사람, 김학찬.
_이은선(소설가)
“가만히 앉아서 소설만 쓰고 싶었습니다”
너무 일찍 떠난 작가로만 기억되지 않기를,
영원한 작가로 기억되기를……
2025년 2월 8일 토요일 느지막한 오후에 모르는 번호로 한 통의 전화가 걸려왔다. “김학찬 작가의 아내인데, 남편이 조금 전에 세상을 떠났습니다. 남편이 떠나면서 출판사에 꼭 돈(계약금)을 돌려드려야 한다는 말을 남겼습니다. 장례 치르고 약속 지키겠습니다.” 울음 섞인 혼란스러운 목소리에 전화를 끊었고, 출판사에서는 아내에게 문자메시지를 남겼다. “선생님께서 산문집을 내고 싶어하셨습니다. 한 달 전 대화에서는 소설집을 내고 싶어하셨고요. 이제 아내분에게 선택권이 있으니 차차 판단해주세요. 그간의 글들을 모아서 책을 내면 좋겠으나, 그렇지 않다면 부의금으로 생각하고 계약금은 돌려받지 않겠습니다.”
김학찬. 너무 이른 나이에 우리 곁을 떠난 작가. 향년 42세. 2025년 2월에 세상을 떠난 김학찬 작가의 유고 소설집과 산문집이 그의 생일에 맞춰 교유서가에서 나란히 출간되었다. 김학찬 작가가 원고를 쓰면 항상 가장 먼저 읽고 의견을 나눴던 문우인 아내 최수경 선생이 남편의 작품을 모았고, 이은선, 서유미 등 동료작가들의 마음을 모아 출간하였다. 작가를 사랑한 독자와, 그를 기억하는 모든 이에게 보내는 작은 위로이자, 김학찬이라는 이름이 우리 곁에 오래 남기를 바라는 마음에서 기획되어, 삶의 마지막까지 ‘끝까지 쓰는 작가’로 남기를 바랐던 김학찬 작가의 소망이, 이제 두 권의 책으로 우리 곁에 머물게 되었다.
이번에 펴낸 김학찬 유고집 두 권 중 소설집 『구름기』는 미발표작을 포함해 청년 시절에 썼지만 책으로 묶지 않았던 작품과 2023년에 펴낸 『사소한 취향』 이후 썼던 최근작들을 모았고, 산문집 『투암기』는 대수롭지 않게 여기던 기침으로 병원에 들렀다가 폐암 4기 진단을 받고 써내려간 산문이다. (산문집 『투암기』는 차례만 펼쳐도 1부와 2부가 마치 이별하듯 갈라져 있다. 병세가 급격히 깊어지며 글은 끝내 멈추었고, 남은 문장은 미완의 숨결로 우리 앞에 머물렀다.)
김학찬 작가는 1983년 경북 고령에서 태어나, 2012년 장편소설 『풀빵이 어때서?』로 제6회 창비장편소설상을 수상하며 문단에 화려하게 등장했다. 이후 『상큼하진 않지만』(문학동네) 『굿 이브닝, 펭귄』(다산책방), 그리고 소설집 『사소한 취향』(교유서가) 등 현실의 미묘한 결을 포착하는 작품들로 독자의 사랑을 받았다. 그는 전태일문학상, 최명희청년문학상 등 주요 문학상을 수상하며, 동시대의 이야기를 진솔하게 그려냈다. 그의 갑작스러운 부고는 문단과 독자들에게 큰 슬픔을 남겼지만, 그가 남긴 문장들은 여전히 살아 숨쉬고 있다.
이번에 출간되는 유고 소설집과 산문집은, 김학찬 작가가 마지막까지 붙들었던 일상의 사소한 풍경과 사랑, 가족, 그리고 ‘살아 있음’의 의미를 담고 있다. 그의 글은 때로는 조용히, 때로는 단단하게 독자의 마음을 두드린다. “모든 사건의 진짜 확률은 언제나 반반입니다. (…) 사람은 다 먹고살게 되어 있다고”(「끗」) 한 그의 소설 속 문장처럼, 삶의 불확실함 속에서도 희망을 놓지 않는 시선이 곳곳에 배어 있다.
김학찬 작가의 유고집은 작가의 부재에도 불구하고 그의 문장이 계속 살아 있음을 증명한다. 세상을 떠난 작가가 남긴 지상에서의 마지막 글들은, 한 번뿐인 순간의 유한성과 그 소중함을 더욱 절실하게 느끼게 한다. 독자들은 이 책을 통해 작가와의 이별을 다시 한번 경험하면서도, 그와의 연결이 완전히 끊어지지 않았다는 위로를 받게 될 것이다. 이는 단순한 책 출간을 넘어, 작가의 삶과 문학을 함께 축복하고, 그의 존재를 다시 한번 환기하는 의미 있는 작업이 될 것이다.
무엇을 해도 된다는 말은
무엇을 해도 어쩔 수 없다는 말처럼 들렸다.
그렇다면 내 일을 해야 한다.
故 김학찬 작가의 산문집 『투암기』는 대수롭지 않게 여기던 기침으로 병원에 들렀다가 폐암 4기 진단을 받고 써내려간 글들이다. 폐암 제3세대 표적치료제의 임상실험에 참여하며 ‘렉라자맨’이 된 날부터, 세상을 떠나던 마지막 겨울까지의 날들이 일기처럼 기록되어 있다. 이 책은 자신에게 남은 삶의 시간이 많지 않다는 생각 때문이었는지, 미리 ‘투암기’라는 제목을 정해두고 틈틈이 써내려간 산문들을 모은 것이다. 그러나 병세가 급격히 악화되면서 글은 더 나아가지 못하고 멈춰버린, 미완의 산문집으로 남았다. 1부와 2부의 형식 차이도 이 때문이다. “자신의 처지를 낙관도 비관도 하지 않는 덤덤한 적극성”(창비장편소설상 심사평)은 이 유고 산문집에서도 두드러져, 작가가 마지막까지 붙들었던 일상의 사소한 풍경과 사랑, 가족, 그리고 ‘살아 있음’의 의미를 가만가만 그려낸다. 아무것도 하지 못한 채 떠나지 않기 위해, 무의미의 덫에서 벗어나기 위해, 작가는 신중히 반 캔의 맥주를 고르고, 커피 한 잔을 마실 시간을 고르고, 단어를 고르면서, “
2012년 장편소설 『풀빵이 어때서?』로 제6회 창비장편소설상 수상.
장편소설 『상큼하진 않지만』 『굿 이브닝, 펭귄』, 소설집 『사소한 취향』 등이 있다.
첨부파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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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암기_김학찬유고산문집_신간안내문_교유서가.hwp (4.5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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